2025/07/09

인지하지 못했지만 사실 우리는 그동안 정적인 정보 서비스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정적’이란, 정보를 공급자가 정의한 방식으로만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보를 제공하는 쪽은 수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사용자는 정해진 UI와 구조 속에서만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가령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증권 앱을 떠올려보자. "홈 -> 관심 종목 -> 상세"와 같이 우리는 공급자가 설계한 경로 위에서 공급자가 정해놓은 문법으로 정보를 소비한다. 이걸 우리는 UX, 혹은 UI라고 불러왔다. IT 전문가들이 이를 열심히 만들어왔다.

대화형 에이전트의 등장, 구조의 해체

하지만 대화형 에이전트는 이 구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방식으로, 동적으로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재가와 PER를 비교해줘”라고 말하면, AI는 실제로 최신 정보를 기준으로 비교해 응답해준다. 이전에는 사용자가 여러 경로를 거쳐야 겨우 얻을 수 있었던 정보가,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재구성되는 순간이다.

이것은 단지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아니라, 정보 소비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 흐름을 우리는 On-Demand 정보 소비라고 불러도 될까? 이제 정보도 내 입맛에 맞게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일까?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정보 서비스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발견의 경험, 그리고 AI의 변화

처음에는 대화형 에이전트가 가진 한계를 떠올렸다. 이들은 사용자가 묻는 질문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목적한 정보만 얻고 끝나기에, 뜻밖의 발견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기존 정보 서비스는 의도하지 않은 발견의 경험을 만들어주곤 했다. 특정 목적을 갖고 서비스를 이용하다가도, 추천 콘텐츠나 인기 항목 등에서 “이런 것도 있네”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다. 이는 정보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했고, 사용자의 시야를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화형 에이전트도 지평의 확장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대화의 끝자락에 묻는다. “이런 것도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더 알아볼래?”라고. 반응 기반에서 제안 기반으로, 점점 진화해가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어디에서 얻게 될까? 대화형 에이전트? TV에 내장된 AI 스피커? 아니면 여전히 클릭과 스크롤로 탐색하는 정보 서비스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아쉽게도 당장의 결론은 없고 예측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생각의 흐름을 한 번쯤 정리해두고 싶었다. 정보와 그 소비 방식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다음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잠시 멈춰 생각해본 흔적이다. 고민은 계속될 것이고 이후 생각을 다시 정리할 것이다.